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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괴롭힘] 오피스 빌런의 심리학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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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거제비정규센터
댓글 0건 조회 37회 작성일 22-11-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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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빌런의 심리학적 이해


얼마 전, 한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이런 고충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취임 후 능력 있는 중간 리더들을 영입하고 최대한 많은 권한을 부여했는데 이러한 파격적 조치가 난감한 결과만을 낳았다는 것이다. 조직에 꼭 필요한 직원들이 줄줄이 퇴사했고 KPI(핵심성과지표)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고 한다. 평상시 같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실수와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유능한 직원들에게 그런 현상이 더 두드려졌다. 총체적 난국. 조직 생활을 웬만큼 해 보신 분들이라면 벌써 눈치를 채셨을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말이다.




마침 고등학교 동창인 한 로펌 변호사와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심리학자가 됐어도 훌륭했을 만큼 사려 깊은 그의 근황을 묻자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오래 전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심리학자에게도 더없이 중요한 이 문제를 공통 관심사로 삼아 의기투합했다. 온라인 포럼을 개최해 보기로 한 것이다. 뜨거운 열기에 놀랐다. 1000명이 훨씬 넘는 접속자들이 심리학자와 법률가의 이야기에 이목을 집중했으니 말이다. 

오피스 빌런. 회사 사무실을 뜻하는 '오피스(Office)'와 '악당(Villain)'의 합성어다. 타인의 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행동 등으로 회사 내에서 피해를 끼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회자될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런 사람들로 인한 피해는 그 정도와 범위에 있어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이들 중 다소 가벼운 형태만 해도 얼마나 주위의 사람들을 힘들게 할까.

조지타운 대학교 경영대학의 크리스틴 포래스(Christine Porath) 교수는 자신의 저서 <무례함의 비용>을 통해 이들이 얼마나 조직을 쉽고 빠르게 와해시키는지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포래스 교수는 능력 있고 건강한 자신의 아버지가 오랜 시간 직장 상사의 무례함과 괴롭힘에 노출되면서 병실에서 중환자로 누워 있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런 언행들이 얼마나 조직 구성원들을 병들게 하고 업무의 질을 떨어뜨리는지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포래스 교수의 연구를 요약하면 이렇다. 직장 내에서 상대방의 무례한 지적과 근거 없는 비판을 받은 사람은 상당 기간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욕이 크게 떨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무례함과 괴롭힘의 피해자가 아니라 그저 단순한 목격자에게도 이 결과가 거의 유사한 정도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포래스 교수의 흥미로우면서도 의미심장한 실험 연구를 통해 그 피해의 심각성과 광범위함을 한 번 알아보자.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불손하게(Impolitely), 간섭하다(Interrupt), 불쾌한(Obnoxious) 등과 같이 무례함과 관련된 단어를 15개 주고 그것을 사용해 문장을 만들게 했다. 결과는 매우 분명했다. 일반적인 단어를 가지고 문장을 만든 참가자들에 비해 무례한 단어들을 가지고 문장을 만든 참가자들은 해당 과제를 수행하는 중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실험이 곧 끝납니다' 혹은 '주어진 시간이 30초 남았습니다'와 같이 중요한 메시지를 훨씬 더 잘 놓치는 것으로 관찰됐다. 그 정도는 얼마나 되었을까? 거의 5배에 달했다.
이후의 연구에서는 더 심각한 현상이 관찰됐다. "실험이 끝난 뒤 커피 혹은 홍차 중 어느 것을 드시겠습니까?"와 같이 전혀 무관한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무례한 단어들을 읽어야 했던 참가자들은 훨씬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하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괴롭힘의 당사자인 가해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일단 타고난 가해자와 후천적이거나 상황적으로 형성된 가해자로 나뉠 수 있다. 타고난 가해자란 이른바 공감 능력 자체가 결여돼 있거나 자신이 혐오하는 상대방이 고통을 받을 경우 쾌감을 느끼는 유형의 사람들이 주로 해당된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적 유형의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사회나 조직의 문화 또는 분위기가 약한 사람을 더 괴롭히거나 착한 사람을 더 많이 처벌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면 타고난 악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해자는 더욱 많아진다. 게다가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킨다는 문화나 생각이 만연하게 될 경우에도 이른바 만들어지거나 길러지는 가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는 위험이 크다. 그러니 양쪽 모두를 조심해야 한다.   

반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이는 매우 심각한 착각이다. 심리학·뇌과학 등 관련 분야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의 뇌에서는 칼에 찔리거나 둔기에 맞아 육체적 상해가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 실제 뇌의 활성화 지역도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난다. 괴롭힘의 피해자는 폭력이나 심지어 살인미수에 가까운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잘 참아보라는 식이나 원만하게 당사자들끼리 해결하자라는 식의 접근이나 분위기는 문제를 오히려 더 키울 수 있다. 조직과 주위 구성원들이 피해자를 마치 교통사고 환자처럼 신체적 배려도 해야 하는 이유다. 

피해자들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흔히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정신력이 약하거나 의지력 부족 혹은 사회생활 부적응자로 다시 낙인찍거나 소외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문제를 가장 크게 악화시키는 행동이다. 또 다른 피해자를 더 강하고 빠르게 양산하기 때문이다. 오피스 빌런에 대한 포래스 교수의 조언은 한결같다. 주위에 알려야 한다. 자존심 때문에 이를 숨기면 숨길수록 개인과 조직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물론, 사람을 악인과 선인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인과관계를 봐야 한다. 즉 가해와 피해의 행위와 결과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황, 시점, 여건 그리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의 역학관계 등 다양한 주변 요인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최근 직장 내 괴롭힘 현상을 우리 사회와 조직이 퇴보하는 것으로 봐서도 안 된다. 문제를 드러내고 인식하는 과정에서 일정 기간 문제가 악화되는 것과 같은 이른바 착시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시대를 통탄하거나 특정한 세대나 집단 혹은 가치관에 그 책임을 돌리는 것처럼 우매한 행동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와 조직이 더 진보된 방향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통과의례라는 생각으로 이를 잘 해결해 나가면 우리는 훨씬 진일보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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