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최근 조선소에 입사한 이주노동자 30여명이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며 이주노동자 비자 요건을 완화한 뒤 벌어진 일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 대책으로 지난 4월19일 특정활동(E-7) 비자 입국 도장공과 용접공 쿼터를 없앴다. 완화 이전에 도장공은 연 300명, 용접공은 연 600명으로 제한됐다. 용접공에게만 시행하던 기량검증 절차를 확대해 도장공과 선박 전기원(전기공)도 현지 기량검증을 거치는 것을 전제로 비자 발급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2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30여명이 지난 8~9월 대거 무단이탈했다. 모두 특정활동(E-7) 비자를 받아 입국한 이들로 입사한 지 1~2주 정도밖에 되지 않은 노동자가 포함됐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30여명의 이탈자 중 3~4명은 복귀를 했다고 들었다”며 “나머지 분들의 경우 이탈 처리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E-7 비자 입국 이주노동자 이탈은 현대중공업에서만 발생한 사례가 아니다. 전남도에서도 지난달 이주노동자 7명이 예고 없이 출근하지 않았다. 이 중 4명은 선박 전기원(조선 전기공)으로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일했다.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는 “9월에 각각 3명, 4명으로 나뉘어 이탈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 중 3명은 공학기술자로 완화된 지침 적용 대상자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탈 신고 후 미등록 체류자로 등록하기까지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E-7 비자 발급요건 완화 후 유입된 조선업 분야 전문인력은 260명이다. 이 중 법무부가 소재불명으로 확정 처리한 이주노동자는 20명으로 7% 수준이다. 본지 취재로 확인된 이탈자를 포함하면 이탈률은 10%를 넘는다. 이 같은 수치 차이는 법무부가 이주노동자의 소재불명을 인지한 시점부터 체류허가를 취소하고 미등록체류로 등록하는 시점 사이 간극 탓이다.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출장소)에 소재불명을 신고하는데, 출입국·외국인청은 진술 조사와 출석요구 공고 등을 거쳐 체류허가를 취소한다.

마음 급한 정부, 이주노동자 무단이탈 불렀나
정부, E-7 비자 지침 완화 외국 인력 확대 추진
“현지 송출업체, 90%는 서류 위조” 주장도

E-7 비자를 받고 입국한 이주노동자의 무단이탈을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전문인력이 일정 자격요건을 갖춰야 받을 수 있는 E-7 비자는 전년 국민총소득(GNI) 80% 임금(월 262만원 수준)을 보장하고, 5년 후 영주비자로도 전환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 당연히 이주노동자 선호도 역시 높다. 그럼에도 무단이탈이 발생하는 것은 정부의 주먹구구식 비자발급 탓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짧은 시간 안에 이주노동자 유입을 확대하다 보니 자격 문턱이 높은 E-7 비자 검증 절차가 잘 지켜지지 않았고 서류 위조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노동자의 이탈이 줄잇는다는 것이다.

E-7 비자 발급 관련해 중개업무를 수행하는 A씨는 <매일노동뉴스>에 “90%는 서류 위조라고 본다”며 “전기공과 도장공은 학력·경력 등 자격요건만 맞으면 들어올 수 있으니 학력·경력 위조가 잦다”고 주장했다. 위조가 발각될 경우 위험부담이 크다. 법무부는 서류 위조를 적발하면 체류허가를 취소하고 본국으로 추방한다. A씨는 “서류 위조 없이 들어온다면 무단 이탈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실제 A씨는 “90%가 서류 위조인데 입국을 도와줄 수 있느냐”는 현지 송출업체의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E-7 비자 발급 지침’을 개정했는데, 그 내용에 국내 조선소에서 일하는 전기공·도장공 자격 완화 내용이 들어 있다. 기량검증 통과를 전제로 관련 업종·직무에서 1년 경력을 요구했던 학사 소지자는 경력 요건을 면제하고 전문학사 소지자는 경력 요건을 5년에서 2년으로 낮췄다. 당시 정부는 “해외 인력의 경력증명이 쉽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지침 개정 6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기량검증을 거쳐 E-7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현재까지 없다. 경력을 증명하기 쉽지 않은데, 모두 어려움 없이 경력증명을 했다는 의미다. 위조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E-7 비자로 입국한 베트남 노동자
4년 전 0명이던 소재불명자, 올해 43명”

정부가 서류 위조를 적발한 사례도 확인됐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은 올해 E-7 비자를 받아 선박자재부품 제조업체 S사에 입사한 이주노동자 5명의 서류 위조 사실을 확인하고 구금했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상황이라서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며 “최종적으로 출국을 했는지, 강제퇴거 조치를 했는지 여부는 개인정보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탄희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정 특정활동(E-7) 지침 시행 후 사증발급을 받아 입국한 도장공(162명)·전기원(98명)은 260명인데, 이 중 베트남 노동자가 23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8년 당시 E-7 비자로 입국한 베트남 노동자 1천921명 중 소재불명자는 0명이었지만 올해(지난달 기준) 43명으로 늘었다. 입국 인원이 2천492명으로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이탈자 급증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법무부는 서류 위조에 관해 “제출된 학력, 경력 서류의 위조 여부는 비자 발급 단계에서 검증을 거친다”며 “위조 서류를 제출하는 경우 당사자 및 관련자 처벌은 물론 중개업체가 추후 기량검증 등 인력 모집절차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해 제도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량검증 통과한 조선 용접공 1천800명 입국 지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인력을 데려오려다 보니 조선 용접공 현지 기량검증 절차도 엉터리로 진행되고 있다. 조선 용접공으로 E-7 비자를 받으려면 중급 이상 조선 용접공 자격증 취득 후 2년 이상 실무를 경험해야 하고, 현지 기량검증도 통과해야 한다. 절대평가로 이뤄지는 현지 기량검증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주관한다. 기량검증 전에 국내 중개업체·수요업체는 협회에 해외송출업체 확인서와 수요 업체 수요 확인서 같은 제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이런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업체는) 기량검증 시험을 보는 근로자 정보와 인원을 사전에 협회로 알리고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업무는 전혀 하지 않고 (협회가) 기량검증 시험을 진행했다”며 “그날그날 모집된 인원들을 계속 추가해 시험을 봤다”고 주장했다.

주먹구구식으로 비자 발급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기량검증을 통과한 이주노동자 1천900명가량의 입국이 늦어지고 있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현지 송출업체들이 인력을 알선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 7월23일부터 9월15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2천300명의 기량검증을 진행하고, 1천898명을 합격시켰지만 법무부가 사증을 발급해 국내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없다. 국내 외국인력 중개업체 혹은 수요업체(이주노동자 고용업체)가 협회에 현지 기량검증을 신청하면서 제출해야 하는 ‘해회송출업체(기관) 확인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확인서에는 ‘대한민국에 근로자를 송출하기 위한 적법한 자격을 구비했음을 확인함’이라는 문구가 담겼고, 해당 국가 대사관의 날인이 있어야 한다.

협회는 지난 8월26일 부랴부랴 “최근 무허가 송출업체 개입, 해외송출업체 확인서 등 관련 서류의 미제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송출국 정부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절차상 하자 및 기타 부정 등이 발생되지 않도록 관련된 준수사항을 철저히 이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일단 진행하고 보는 기량검증”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을까. 안타깝게도 현재도 신청서류조차 갖추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 기량검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해외 송출업체 관계자 A씨는 “협회가 저렇게 날림으로 (기량검증을) 진행하고 있고, 준비 서류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 현지 기량검증을 나가 (외국인 노동자를) 긁어모으고 있다”며 “그걸 감시·감독해야 하는 곳이 법무부인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이탄희 의원실 질의에 “지난 8월에 조사 담당, 사증 발급 담당 출입국 관리 공무원이 출장을 통해 현지 기량검증 과정을 실사하고, 응시자를 직접 인터뷰해 기량검증 제도 운영의 적정성을 점검했다”고 해명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절차가 많아서 좀 (시간이) 걸리는데 11월 초쯤 순차적으로 들어올 것 같다”며 “해당국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서류보완이나 절차를 보완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절차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부분은 다 하자 치유를 하고 들어올 것”이라며 “지금 그렇게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지 기량검증을 주관하는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돈벌이 전락한 E-7 비자
무자격 송출업체 난립에 노동자에게 1천만원대 수수료 요구도

우리나라 조선업 인력 수요가 늘면서 베트남을 비롯한 송출국에서는 무자격 현지 송출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무자격 송출업체는 국내 특정활동(E-7)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이주노동자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2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E-7 비자 요건을 완화하고 유입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자 현지에 무자격 송출업체가 난립해 한국에 들어오고자 하는 외국인에게 많게는 1만5천달러(1천80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현지 송출업체 관계자 A씨는 “(E-7 비자 수수료로) 현재는 1만5천달러에서 1만7천달러 정도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며 “경력도 확실하고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돈을 그렇게 많이 주고 오지 않지만 서류를 위조해서 어떻게든 (한국에) 들어오고 싶은 이주노동자는 1만5천달러씩 낸다”고 주장했다.

H조선소 한 협력업체 대표는 “E-7 요건 완화 전 우리 회사에 들어온 전기공은 (수수료로) 80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며 “요즘은 1천2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고 말해 A씨 주장을 뒷받침했다.

‘입국 수수료’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E-9 비자로 입국해 한국 H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B씨는 “학력은 다 위조할 수 있다”며 “E-7 비자로 한국에 오려면 1천500만원에서 1천700만원 정도 든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인도네시아인 정착에 도움을 주는 C씨는 “현지 커뮤니티에 이 돈을 주면 정말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지 묻는 이들이 많다”며 “이미 지불한 사람도 있는데, (현지) 사람들이 E-7 비자를 이용해 사기를 친다거나 이와 관련한 말이 많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해외노동관리국은 지난 17일 홈페이지에 “한국이 새로운 고용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해외인력 파견업무가 허락되지 않은 개인 및 조직에서 돈을 받고 광고 및 인력 모집을 해 한국에 E7 비자로 보내는 사례가 해외노동관리국을 통해 적발됐다”며 “베트남과 한국 법 모두에 위반되는 사항으로, 이런 권유 및 사기 정보에 주의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정부가 E-7 비자 요건 완화 후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는 과정을 철저히 관리·감독하지 못하면서 미등록체류자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근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E-7 비자 이주노동자 대량 무단이탈 사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송출업체 관계자 A씨는 “E-7 비자는 월급도 많이 주고 고용도 보장되는 데다 노동자가 원하면 영주비자로도 전환이 가능한데도 무단으로 사업장에서 이탈하는 이유는 서류위조 사실이 언제든 들통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서류를 위조할 때부터 불법체류를 마음먹고, 그것을 부추기는 한국인 브로커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