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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이 아니라 임금 절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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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거제비정규센터
댓글 0건 조회 69회 작성일 22-10-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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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이라뇨, 임금절도입니다

1년에 1조3505억원…임금체불공화국

[주간경향]‘1조3505억원.’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임금체불 액수다. 최근 10년간(2011~2021) 통계를 보면 연간 임금체불 액수는 1조원 이하로 내려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 수치는 노동자들이 신고한 액수를 합산한 것일 뿐이다. 체불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노동자들이 신고하지 않은 금액,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통해 적발한 금액 등까지 더하면 체불액 규모는 더 커진다. 액수가 크다는 것은 임금체불을 겪는 노동자 수도 많다는 뜻이다. 연간 피해 노동자는 30만명 안팎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일본은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0.2~0.6%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은 1.7%에 달한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임금체불액과 피해 노동자 수는 1조6472억원, 35만명가량인 데 비해 일본은 1000억원, 3만7000명가량이다.

해마다 임금체불액이 1조원을 웃돌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한국사회는 임금체불에 무감각하다. 가장 큰 이유는 임금체불 피해자 10명 중 7명 이상이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건설업의 임금체불 비중이 절반을 웃돈다. 다단계 하도급 말단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임금체불이 집중되는 구조 때문이다. 영세사업장이나 하청업체에선 대부분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사업장 밖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다.

노동자 생계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인 임금체불을 민사상 채권·채무 관계로 여기는 분위기도 임금체불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다. 임금체불이라는 표현 자체가 한국사회가 임금체불에 너그럽다는 걸 보여준다. 체불은 ‘마땅히 지급해야 할 것을 지급하지 못하고 미룬다’는 의미로, 임금체불이 범죄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못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임금체불 대신 임금절도(wage theft), 임금사기(wage fraud)라는 용어를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최근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임금체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부담이 커진 상황이 맞물리면 임금체불은 노동자에게 더 심각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지난 3월 28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체불임금 사용자 엄벌, 다단계 하도급 금지 등의 요구사항이 담긴 의견서를 전달했다. 권도현 기자

한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지난 3월 28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체불임금 사용자 엄벌, 다단계 하도급 금지 등의 요구사항이 담긴 의견서를 전달했다. 권도현 기자

‘불가피한 사정’으로 임금체불?

노동부는 임금체불 원인을 일시적 경영악화, 사업장 도산·폐업, 사실관계 다툼, 법 해석 다툼, 노사 간 감정다툼, 노동자 귀책사유 등 6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 조사 과정에서 이 6가지 기준을 활용한다.

참여연대가 2021년 2월 발표한 ‘2016~2020년 임금체불 현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임금체불 원인은 일시적 경영악화가 58.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실관계 다툼(16%), 사업장 도산·폐업(12.5%), 법 해석 다툼(5.6%), 노사 간 감정다툼(6.7%), 노동자 귀책사유(0.5%) 등이 뒤를 이었다. 이 통계는 참여연대가 노동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자료를 정리한 것으로, 일시적 경영악화와 사업장 도산·폐업이라는 ‘경제적 요인’이 70%를 웃돈다.

하지만 노동부 통계와 달리 비경제적 요인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2019년 7월 당시 김양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검토보고서에서 한국기업데이터 DB(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결과를 소개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체불유형 정보가 있는 12만1371개 업체를 분석한 결과, ‘경제적 요인’으로 임금을 체불한 비율은 사업자 기준으로 19.9%에 불과했다.

임금체불의 주원인을 경제적 요인으로 볼지, 비경제적 요인으로 볼지에 따라 임금체불 대책은 달라진다. 경제적 요인에 의한 임금체불은 사업주가 통제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벌어진 것이므로 사전예방보다는 사후 구제방안이 중요하다. 이에 반해 비경제적 요인으로 발생한 임금체불은 근로감독 강화 등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이종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노무법인 화평 대표)은 지난해 4월 발표한 ‘임금체불 해소를 위한 근로감독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적 위상,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 등을 볼 때 한국의 막대한 임금체불이 사업주가 통제할 수 없는 경제적 요인으로 대부분 발생한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며 “현실에서 경제적 요인과 비경제적 요인을 쉽게 구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신고사건에서 사업주는 책임 회피를 위해 당연히 경제적 요인을 강조할 것이기 때문에 임금체불 원인 파악 시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임금체불이라뇨, 임금절도입니다

노동자 삶 흔드는 임금체불

임금체불을 노동자 생계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보는 이유는 노동자 가계에 일시적 부담을 주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부터 2년여간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에서 개인회생·파산지원센터장으로 일했던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임금체불은 ‘빚의 수렁’으로 이어지는 관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려고 온 분들이 작성한 진술서를 보면 임금체불이 채무가 늘게 된 이유라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임금체불이 시발점이 돼 꼬이기 시작하는 거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밑천이 부족하니 임금체불은 직격탄이 된다. 당장 월세도 내고 생계를 꾸려가야 하기 때문에 2금융권에 이어 대부업체까지 갔다가 이자 상환을 도저히 할 수 없게 된다.”

지난 3월 업체 폐업으로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A씨(54)의 말이다. “2016년 조선업 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임금체불이 잦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다음 달은 임금이 나오겠지’라는 생각에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가 체불기간이 길어져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봤다. 나도 신용불량자다.”

임금체불은 ‘가정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B씨(49)는 지난해 10월 업체가 문을 닫은 뒤 임금체불을 겪으면서 자주 부부싸움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단 가정이 불안해진다. 매일 아내와 싸우게 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른들이야 그렇다 쳐도 이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더 힘들었을 거다.”

상습적 임금체불은 노동자들의 일상을 만성적 불안으로 밀어넣는다. A씨는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보통 아침에 현장에 가면 작업지시를 받고 일하러 간다. 그런데 업체에서 가끔씩 모두 모이라고 하면 불안하다. 또 임금체불 공지를 듣게 될 것 같아서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사업주가 임금뿐 아니라 4대 보험료까지 체납해 노동자가 이중고를 겪는 사례도 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7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4대 보험 체납처분 유예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하청업체들이 월급에서 4대 보험료를 공제해놓고 이를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조선업 하청업체(2344개)의 4대 보험 체납액은 1632억원이다. 문제가 커지자 국민연금은 2017년 말, 건강보험은 지난해 말 유예조치가 종료됐다. B씨는 “아이가 대학에 가거나 집안에 우환이 닥쳐 큰돈이 필요하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한다. 건강보험료 체납 때문에 대출을 못 받아 발을 동동 구르는 동료가 많았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민사소송 승소도 무용지물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노동자들은 관할 지방노동관서를 찾아 진정 혹은 고소를 한다. 진정 사건의 경우 근로감독관은 노사 양측을 조사한 뒤 임금체불 사실이 확인되면 사업주에게 지급지시를 한다. 이후 사업주가 체불임금을 지급하면 사건이 마무리된다. 사업주가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고소사건인 경우 근로감독관은 범죄사실 수사를 벌인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다. 임금체불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다만 임금체불은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사업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사업주는 기소되지 않는다.

임금체불 사실을 확인했지만 사업주가 밀린 임금을 줄 돈이 없다고 할 경우 노동자는 체불임금 등 대지급금(옛 체당금)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대지급금제도는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범위의 체불임금 등(최종 3개월분 급여와 최종 3년간 퇴직금)을 체불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국가가 우선 노동자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한 뒤 사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대지급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대지급금제도는 사업주 도산 사실이 인정될 때 지급되는 도산 대지급금(일반 체당금)과 사업주가 도산하지 않더라도 받을 수 있는 간이 대지급금(소액 체당금)으로 나뉜다. 상한액은 도산 대지급금 2100만원, 간이 대지급금 1000만원이다. 당초 간이 대지급금은 노동자가 임금체불 확정판결을 받아야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지방노동관서가 발급하는 ‘체불임금 등·사업주 확인서’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도록 임금채권보장법이 개정됐다. 아울러 퇴직한 노동자뿐 아니라 재직 중인 노동자도 간이 대지급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체불임금 액수가 대지급금 상한액보다 더 큰 사례는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노동자는 아직 돌려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하라며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C씨(50)는 지난해 11월 말 업체 폐업으로 임금체불 피해를 당했다. 밀린 급여와 퇴직금이 모두 1600만원가량이었다. 폐업 뒤 지방노동관서를 찾아 업체 대표를 고소하고, ‘체불임금 등·사업주 확인서’를 근로감독관으로부터 받았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소액 대지급금을 신청하고 1000만원을 국가로부터 대신 지급받았다. 대지급금 상한선을 웃도는 600만원은 여전히 체불 상태였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아 민사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9월 중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여태 피해를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승소 이후 공단 변호사가 강제집행을 해야 하는데 업체 재산이 남아 있는지 물어봤다. ‘폐업했으니 당연히 없다’고 하니 받기가 힘들 거라고 하더라. 처음부터 소송할 필요가 없었던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C씨처럼 승소 판결문이 ‘종이 쪼가리’로 전락해버린 사례가 적지 않다. 최정규 변호사는 최근 펴낸 <얼굴 없는 검사들>에서 “승소 확정판결은 사업주의 집행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의미만을 가진다”며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이 전혀 없는 사업주가 많다. 심지어 통장도 자신의 명의로 개설하지 않는 사례까지 있다. 사업주가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해둔 경우 이를 사업주의 집행재산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지급금은 사장의 ‘쌈짓돈’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최근까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체불임금은 총 115억원, 체불 노동자 수는 2455명(284개 업체)이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2017년 임금체불액은 35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3년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18억원) 다시 늘었다. 올해의 경우 체불임금은 25억원, 체불 노동자 수는 258명(12개 업체)이었다. 업체 폐업이 잦아지면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산한 사업주를 대신해 국가가 지급한 임금(대지급금)의 규모는 45억원을 웃돌았다.

문제는 하청업체 대표들이 대지급금을 쌈짓돈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대지급금 재원인 임금채권보장기금은 사용자들이 부담한다 해도 국가 행정력이 투입되는 대지급금제도에 손쉽게 기대려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C씨의 말이다. “업체들이 대부분 폐업한 뒤 대지급금을 신청해 체불임금을 받으라고 한다. 처음엔 이 이야길 듣고 황당했다. 체불확인서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해 대지급금 받기까지 2~3개월이 걸린다. 사장들이 대지급금으로 퉁치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한다. 대지급금을 쌈짓돈처럼 쓰는 게 관행처럼 됐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하청업체 사장들이 대지급금을 마치 자기 권리처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의 ‘도덕적 해이’로 대지급금 회수율도 낮은 편이다. 우원식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년 8개월간 도산·간이 대지급금 지급 총액은 2조3230억원이다.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5821억원(25.1%)에 불과하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가 2018년 12월 경기 안산시 원곡동 사무실에서 한 이주노동자의 체불임금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가 2018년 12월 경기 안산시 원곡동 사무실에서 한 이주노동자의 체불임금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강윤중 기자

악용되는 반의사불벌죄

임금체불 사업주 처벌이 반의사불벌죄가 된 것은 2005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서다. 당시 노동부는 노사 합의를 통한 체불임금 조기청산, 체불사건의 과도한 형사사건화 방지, 근로감독관의 업무부담 경감 등을 반의사불벌죄 도입 이유로 설명했다. 임금체불 문제는 본질적으로 사적 권리분쟁이므로 민사절차를 통한 해결이 타당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조치였다.

반의사불벌죄 도입 이후 현장에선 사업주가 반의사불벌죄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경남 고성군 삼강엠엔티 사내하청업체 대표 D씨(52)는 2016년 노동자 139명의 임금 4억5600만원을 체불했다. 노동부에 신고한 체불임금 액수는 13억1200만원이었다. 회사 총무, 팀장 등과 짜고 체불임금을 부풀린 뒤 대지급금을 부정수급하려는 의도에서였다. D씨는 임금체불 사건이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을 악용해 노동자들로부터 대지급금 신청서류를 받으면서 고소취소장도 함께 받았다. 이후 대지급금이 지급되면 고소취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통영지청은 2017년 수사 과정에서 대지급금 부정수급 시도를 확인하고 D씨를 구속했다.

반의사불벌죄를 체불임금 ‘할인’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민사소송을 하는 건 노동자에겐 큰 부담이다. 사용자는 이런 상황을 노려 체불임금 중 일부만 주는 대신 처벌불원서나 고소취소장을 써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잦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A씨는 올해 3월 업체 폐업 전 처벌불원서를 쓴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문 닫기 얼마 전에 사장이 잔업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노동청에 진정했다. 사장이 ‘이미 별(전과)이 몇개 있는데 또 형사처벌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처벌불원서를 써주면 수당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처벌불원서를 써준 대가로 수당을 받긴 했는데 체불임금 중 일부에 불과한 소액이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도 반의사불벌죄에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B씨는 “체불임금 일부만 주면서 처벌불원서 받는 걸 사장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사용자에게만 유리한 조항 아닌가”라고 말했다. C씨는 “빨리 일부라도 체불임금을 받고 싶은 노동자의 마음을 악용해 형사처벌을 피하려는 행태”라고 말했다.

벌금 내는 게 ‘유리’한 사업주

임금체불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사용자를 불기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소한다 해도 형사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전체 임금체불 신고사건 19만6547건 중 기소처리는 3만6894건(18.7%)에 불과했다. 임금체불 사업주 5명 중 1명만 기소했다는 의미다.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자신(사업주)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체불액’만 지급하면 검사가 불기소처분인 기소유예를 하는 사례가 많다.

임금체불 사업주를 구속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검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임금체불 혐의로 입건된 사업주는 2만950명이었지만 구속된 사업주는 3명(0.01%)에 불과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28명(0.05%), 2018년 12명(0.02%), 2019년 18명(0.03%), 2020년 5명(0.01%), 2021년 6명(0.02%)만이 구속됐다.

법원은 대부분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고한다. 벌금 액수도 체불액의 10~20% 수준이다. 2015년 6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경기 이천의 한 농장에서 일했던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E씨(29)는 370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사업주는 “땅을 팔아서라도 임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 땅은 이미 경매로 넘어간 상태였다. E씨의 법률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는 “검찰은 약식기소했고, 체불임금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벌금 600만원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했다”며 “‘벌금 600만원을 낼 것인가, 아니면 체불임금 3700만원을 노동자에게 줄 것인가’라는 상황에서 사업주가 벌금만 납부하는 ‘알뜰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을 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18년 4월 당시 박상용 울산지검 검사는 대검찰청·노동법이론실무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사업주만 이익을 보는 구조를 이렇게 설명했다. “결국 (임금체불 사범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대지급금 상환을 청구해야 하는 대상인 법인은 폐업한다. 결국 체불임금의 일부는 국가가 갚고, 일부는 피해 노동자가 포기하며, 임금체불 사범만 체불액 상당의 이익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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