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한 재해자가 지난해 4월 승인받은 업무상 상병이 취소될 위험에 처했다. 근로복지공단 두 지사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승인을 재검토하면서다.

두 달 전 숨진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 김도영(사망 당시 59세)씨 이야기다. 유가족은 산재가 취소될까 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인은 2020년 12월8일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서 용접작업을 하다가 의식을 잃은 채 동료에 의해 발견됐다. 치료는 계속됐지만 1년 가까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11월1일 숨을 거뒀다.<본지 2021년 11월15일자 2면“[사망한 지 13일] 눈 못 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용접노동자” 참조>

“감전 가능성 낮다는 통영지사
부산북부지사는 이미 ‘감전’ 인정”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근로복지공단은 공단 통영지사가 지난해 1월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상병 원인에서도 제외한 ‘감전’을 공단 부산북부지사가 지난해 4월 추가상병으로 승인한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현재 부산북부지사는 추가상병 승인이 적절했는지 재검토 중이다. 승인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감전은 의식불명과 관련한 추가상병 인정 과정에서 통영지사와 유가족이 사실관계를 다투던 쟁점이다. 감전 사실이 확인되면 전기에 의한 심장 마비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고 의식불명과 관련한 상병 승인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난해 1월 유가족은 당시 화상과 함께 의식불명으로 인한 허혈성저산소뇌병증, 상세불명의 급성 심근경색증, 인공소생술에 성공한 심장정지 등을 상병으로 산재보상을 신청했지만 통영지사는 화상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감전 가능성이 낮다”는 안전보건공단의 사고조사 의견서를 토대로 감전에 관한 산재 인정 여부를 애초 판단하지 않았다.

유가족은 이에 반발해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재조사를 요구했고, 재해상황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통영지사는 부산북부지사가 ‘감전으로 인한 화상’을 추가상병으로 승인한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4월 재해자가 치료를 위해 머물던 부산 소재 화상전문병원 베스티안 부산병원 주치의가 누락된 상병으로 신체 화상과 함께 ‘감전에 의한 화상’을 신청했고 부산북부지사가 이를 승인한 것이다. 당시 주치의는 소견서에서 “전기에 의한 심장 마비와 그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통영지사 대응은 예상 밖이었다. 통영지사는 자신들의 결정을 검토하는 대신 다른 결론을 낸 부산북부지사에 추가상병 승인에 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전략조직부장은 “통영지사에 부산북부지사도 감전을 인정했으니 감전으로 인한 심정지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는데, 심정지 불승인은 그대로 유지한 채 감전으로 인한 화상을 뒤집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불승인되면 요양비도 환수?”

유가족은 이미 인정받은 추가상병까지 불승인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재검토 후 부산북부지사가 감전으로 인한 화상을 불승인할 경우 기존에 받은 요양급여를 토해내야 한다.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의사들을 어떻게 믿냐’고 이야기했는데 자문의 소견을 안 믿으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느냐”며 “너무 안일하게 말하니 화가 많이 나고 울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공단 부산북부지사의 요청으로 공단 서울지역본부 자문의사가 작성한 소견서에는 감전에 의한 화상(T754)과 관련해 “전기 감전에 따른 누락 상병으로 판단된다”며 “의학적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재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김승재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웅비)는 “부산북부지사가 자문의사 자문을 거쳐 ‘감전으로 인한 화상이 맞다’고 결정을 내렸음에도 통영지사가 이제와 그렇게 이야기하니, 자기들이 또다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재검토 후 기존 추가상병 승인이 취소 처분될 수 있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취소되면 받았던 요양비를 환수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더라”고 답답해 했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감전으로 인해 심정지가 왔다면 그로 인해 허혈성저산소뇌병증도 올 수 있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소장은 “애당초 조사를 해서 인정한 것(추가상병 승인)에 대한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면 상세하고 분명한, 또 합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상황이 불분명하다면 노동자 입장에 서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공단 관계자는 “1월 초 통영지사가 부산북부지사에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 맞다”며 “부산북부지사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통영지사가 부산북부지사에 재검토해서 취소하라 마라 하는 것은 아니고 결정에 차이가 나면 안 되니 같이 검토를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