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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조업이자 공공부문인 근로자건강센터의 근로자파견을 인정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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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거제비정규센터
댓글 0건 조회 13회 작성일 21-10-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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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판결 : 광주지법 2021. 9. 2. 선고 2020가합52691 판결

1. 근로자파견과 근로자건강센터

‘근로자파견’은 파견사업주(A사)가 노동자(X)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한 채로 사용사업주(B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하는 관계를 말한다. 이러한 근로자파견은 노동관계법상 사용자로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모호하게 만들고 중간착취의 위험에 노동자를 노출시킨다. 따라서 ① 법이 허용하는 업종에 한정해 ② 사업허가를 받은 자에게 파견받아야 하고 ③ 2년 동안만 허용된다. 위 세 가지 요건을 지킨 상태여도 2년이 지나면 B사가 X를 직접고용할 의무를 진다. 또 ①, ② 중 어느 하나의 요건이 탈락된 경우에는 ‘즉시’ X를 고용해야 한다. 위 ①, ②, ③을 위반한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2011년부터 ‘근로자건강센터’가 설치됐는데 현재는 전국 23개 센터에 300여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이 센터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해 설치·운영하는 시설”로서, 구체적으로는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직업병 예방과 건강증진 사업을 수행한다. 노동부 장관은 안전보건공단(피고)에 센터의 설치·운영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 그런데 안전보건공단은 재위탁을 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음에도, 여러 민간기관에 23개 센터의 운영을 위탁했다. 조선대 산학협력단은 광주센터의 운영을 위탁받았는데, 이 사건 원고는 2012년부터 광주센터의 사무국장이었던 문길주씨다.

완성차 제조공정이나 제철소 등 제조업뿐만 아니라, 이 사건 센터와 같이 비제조업 분야에서도 근로자파견이 인정된 사례는 적지 않게 축적돼 있다. 특히 공공 분야의 경우에도 적지 않은 사례에서 근로자파견이 인정돼 왔는데,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센터가 주로 수행하는 건강증진 사업과 같이 전문적으로 보이는 분야에서도 근로자파견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2. 근로자파견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

광주지법은 대법원 2010다106436호 판결의 법리를 근거로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1) 피고의 업무상 지휘·명령 : 위탁운영기관은 피고 공단이 작성한 성과관리 지표에 따라서 예산이 차등지급되거나 사업참여 배제, 포상금 지급의 조치 등을 받았으므로 피고가 설정한 지표에 맞춰 센터를 운영했으므로 피고의 지시사항에 구속됐다. 또한 피고가 배포한 업무수행가이드에서는 업무 수행의 절차와 방법을 상세하게 정했다. 또 피고 공단은 감정노동 종사자, 메르스, 메탄올 중독 등 현안과 관련해 원고와 같은 센터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했다. 그 외에도 센터운영의 세부적인 부분에 관해서도 지시하거나, 국회나 노동부 요구자료 등도 수집을 지시했고, 센터 초기부터 구글시트나 자체 통신망을 통해 매주, 매월 단위로 업무실적을 보고받다가 2018년부터는 ‘어울림’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업무실적도 확인하며 운영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했다.

(2)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 전국 센터의 운영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듯이 기본적으로는 피고의 사업범위에 속한다. 그리고 센터의 운영에 있어서 노동부와 피고·위탁운영기관이 협의체를 구성해 의사결정을 했고, 또 직업병 감시체계 등 긴급상황에 대응해 각 주체가 대응하는 시스템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피고는 전국 어디서든지 센터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해당 지역의 센터로 연결되는 전화망도 구축했다. 또 피고가 통합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각 센터의 업무내용이나 예산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3) 광주센터 직원들에 대한 근태·휴가 관리 및 교육 : 누가 근태관리를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피고가 어느 정도 영향력은 행사했다. 또 센터에 신규 직원이 채용되거나 기존 직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교육을 주관해 실시한 것도 피고였다. 피고가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전국 센터 직원을 모아서 화합을 도모하고 교육하는 워크숍을 주최하기도 했다.

(4) 위탁업무의 포괄성 및 위탁운영기관의 전문성 : 피고와 위탁운영기관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를 보더라도 “그 밖에 (피고) 이사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항”을 기관이 수행하는 등 위탁한 업무의 범위가 한정되지 않았다. 실제로 피고는 포괄적으로 업무지시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직업병 예방활동’과 같은 센터의 주요 업무는 전문성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피고가 업무수행의 방법과 절차를 상세하게 규정했으므로 전문성이 발휘될 여지가 크지 않았다.

(5) 위탁운영기관의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 : 센터 임대료를 포함한 주요 자산의 구매, 관리비용을 포함해 센터운영과 관련된 비용은 모두 피고가 부담했다. 위탁운영기관이 한 일은 직원을 채용하는 것뿐이었고, 원고 등 직원들은 기존에 조선대 직원이 아니었음에도 오로지 이 센터 운영을 위해서만 채용됐다. 따라서 위탁운영기관은 본건 위탁운영계약의 목적인 광주센터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췄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의 의미

근로감독관이 어느 사업장을 불법파견으로 적발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반갑기도 하면서 허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근로자건강센터와 같은, 정작 노동부 산하기관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 설립 취지와는 달리 위탁운영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센터 업무 수행에 관한 피고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업무지시는 계속 있었고, 위탁운영기관측은 별다른 지시를 할 것이 없었다. 단지 피고가 제시한 획일화된 기준에 맞게 센터를 운영하면 그만이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센터 소속 노동자들은 진정성을 갖고 소규모 사업장을 ‘가가호호’ 방문해 가며 직업병 예방활동 사업을 했다.

하지만 위탁운영기관측은 사업기간이 한정돼 있다면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했고, 피고는 근로자파견이 아니라며 직접고용을 거부했다. 노동부 산하기관에서 노동법 위반이 계속된 것이다. 그 결과 취약한 계층의 건강권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는 센터 직원들은 일선에서 고생하며 일했지만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다.

현재 센터 직원들은 노동부·피고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최일선에서 직업병 예방을 위한 각종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사업수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센터의 발전방향에 관해서는 이미 수차례 토론과 연구가 있었다. 다만 운영방향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앞서, 적어도 센터의 필수인력은 피고가 직접고용함이 마땅하다. 피고가 센터 직원의 고용을 책임지면서, 센터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활용하는 것은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정부가, 그것도 노동부 산하기관이 앞장서서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그 상태를 10년 넘게 방치해 두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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