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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종사자 보호법’의 기만을 꿰뚫어 본 캘리포니아주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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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거제비정규센터
댓글 0건 조회 475회 작성일 21-09-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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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플랫폼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과 직업안정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했단다. 지난해 말 정부가 이들 법안을 내놓았을 때부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당사자들이 앞장서 반대했는데도 이들을 ‘보호’하겠다며 밀어붙이는 형세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기간제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며 기간제 고용을 양산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통과시킨 일이 떠오른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플랫폼종사자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다는 이유만으로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오분류될 위험성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플랫폼에서 일감을 얻는 노동자들은 플랫폼종사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기 위해 지난한 소송을 벌여야 할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면서 오히려 ‘근로자’로서의 권리 주장을 더 어렵게 만드는 잘못된 입법 사례는 해외에도 있다.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모든 일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하되, 이 사람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자기 사업을 하는 자영인이라는 점은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한 일명 AB5 법안이 통과했다.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실현을 위해 노조와 사회운동이 싸워 온 노력의 결실이었다.

우버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은 AB5 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천문학적 자원을 쏟아부었다. 운수・배달앱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로 규정해 노동법 적용을 배제하는 대신, 민간상해보험 가입과 의료비 지원 등 약간의 보호를 주는 주민발의법안 22호(Proposition 22)를 만들어 주민투표에 부쳤다.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플랫폼 기업이 쏟아부은 자금은 자그마치 2억500만 달러(한화로 약 2천400억원)로 미국 주민투표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의 법안이 근로자로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은 쏙 뺐다.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보호’를 부여하는 법안이라고 치장했다. 2020년 11월 이 주민발의법안은 캘리포니아 주민 58%의 찬성으로 통과했다. 그런데 출구조사에 따르면 찬성표를 던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법안이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라 생각하고 투표했다고 한다.

플랫폼 기업이 주도한 법안 통과는 개인사업자로 위장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AB5 법과 유사한 법안을 추진 중이던 다른 지역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2020년 1월 AB5 법 시행으로 노동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던 운수·배달앱 노동자들에게도 날벼락이 떨어졌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법에 따른 최저임금 보장, 노조할 권리를 주장하며 항의 행동을 이어 나갔다. 결국 지난 8월20일,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은 플랫폼 기업이 주도한 법안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플랫폼기업이 주도한 법안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비롯한 노동법적 보호를 부여하려는 의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법원은 플랫폼 기업의 법안 때문에 운수・배달앱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이 부정돼 노조할 권리마저 사실상 박탈당하게 되는 현실을 주목했다. 법원은 플랫폼 기업의 법안이 “노동자들이 분열하고 노조로 단결하기 어렵게 만듦으로써 플랫폼 기업의 경제적 이해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판결문에서 일갈했다.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로 취급하고 노동법 적용을 어렵게 만드는 법안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라는 간판과 달리 플랫폼 기업의 법적 책임만 덜어 주는 편파적 법이라는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되는 것은 왜일까. 노동자 생존권을 요구하며 집회·시위를 이끌었다는 이유만으로 한 나라의 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을 수색해 위원장을 잡아가는 데 거리낌 없는 문재인 정부, “민주노총 폐지” “상시해고 도입” 등 반헌법적 공약으로 경쟁하고 있는 대선 경선후보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다니까 공식 직위를 버리고 간판사장 뒤로 숨어버린 쿠팡의 김범석 의장을 보면서 자본의 탐욕을 제어할 방법을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분노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한번 밝힌다. 정부・여당의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안은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사람들에게 노동법 적용을 어렵게 만드는 ‘플랫폼 기업 책임면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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