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비정규직노조

근로복지공단이 급식실 조리실무사로 일하다 폐암으로 숨진 이아무개(사망 당시 54세)씨에 대해 업무상질병이라고 인정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급식노동자는 조리과정에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쉬운데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 직업병이라는 인식이 부족했다. 이번 판정을 계기로 급식노동자의 직업성 암 산재신청과 승인이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급식실 주방 환기기설도 미흡

5일 노조에 따르면 공단 수원지사는 이씨 유족이 신청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난 2월23일 승인했다. 이씨는 2005년 경기도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조리실무사로 12년간 일했다. 2017년 전보 인사로 보건증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이듬해 4월 숨졌다.

이씨가 일하던 중학교는 총 4명의 조리실무사가 돌아가며 밥(1명)·국(1명)·반찬(2명)을 맡았다. 2016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식단표를 검토한 결과 총 조리일수 84일 중 튀김이나 볶음 및 구이 요리가 포함된 일수는 68일(81%)이었다. 조리가 필요한 반찬 170건 중 튀김·볶음·구이 요리는 조리반찬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85건이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김이나 볶음·구이 같은 요리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을 폐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족 진술에 따르면 해당 중학교 조리실무사들은 2016년 여름부터 급식실 주방의 환기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학교에 수리를 요청했다. 이씨가 폐암 진단을 받은 2017년 5월16일 같은 중학교 조리실무사로 일한 B(52)씨는 급식실에서 쓰러진 뒤 뇌출혈 판정을 받았다. 학교는 B씨가 쓰러지고 나서 7일 뒤인 같은달 23일이 돼서야 후드와 공조기 교체 공사를 진행했다. 앞서 2016년 6월 또 다른 조리실무사 2명이 작업 중 구토나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이씨의 비소세포암에 대해 “폐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온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에 낮지 않은 수준으로 노출됐다”며 직업성 암으로 인정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B씨도 최근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급식노동자 직업성 암 집단산재 신청 이어질까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급식노동자들의 현실은 이씨가 일한 중학교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급식실이 1인당 100명이 넘는 식수를 담당하는 데다 일주일에 2일 이상 튀김, 볶음 및 구이요리를 조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직업성 암환자 찾기 사업과 집단 산재신청에 나선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2곳만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설치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을 할 예정이다.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비흡연자 폐암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조리흄이 지목되고 특히 고온에서 튀김 요리를 많이 하는 조리업계 종사자가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는 꽤 진행됐지만 산재신청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산재승인을 계기로 (산재신청률이 증가하고) 산재 인정률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